OpponentBook 리뷰: 펜싱·유도·복싱 상대 기록 앱
OpponentBook 리뷰: 펜싱·유도·BJJ·복싱과 라켓 종목 선수를 위한 상대 기록·훈련 일지 앱입니다. 무료로 어디까지 되는지, Pro가 무엇을 더하는지, 누구에게 맞지 않는지 짚었습니다.
석 달 전에 진 상대를 대진표에서 다시 만나는 날이 있습니다. 그날 어디서 점수를 내줬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하기로 다짐했는지, 기억은 대개 흐릿해져 있기 마련이지요.
OpponentBook은 바로 그 기억을 붙잡아 두기 위한 앱입니다. 펜싱·테니스·유도·복싱을 비롯한 개인 종목 16개를 지원하는 기록 앱으로, 날짜순 일기 대신 상대를 중심으로 글을 정리합니다. 무료 요금제만으로 일지 전체를 쓸 수 있고, 노트는 회사 서버가 아니라 본인의 Google Drive·Dropbox·iCloud에 저장됩니다.
다만 뚜렷하게 좁은 앱이라는 점은 미리 말해 두어야겠습니다. 경기에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쓸 일이 없고, 유료 요금제에는 무료 체험도 환불도 없으며, 네이티브 모바일 앱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눈에 보는 결론
✅ 이런 분이라면
개인 종목에서 경기에 나가는 선수. 상대 노트와 경기 복기, 훈련 일지를 한곳에 사적으로 모으고 싶고, 그 자체로 완결된 무료 요금제면 충분한 경우.
⛔ 이런 분은 넘어가세요
일상용 일기 앱을 찾거나, 단체 종목을 하거나, 당장 네이티브 모바일 앱·웨어러블 연동·오픈소스 코드가 필요한 경우.
OpponentBook은 어떤 앱일까?
격투기나 일대일 종목에서 진지하게 경기를 뛰는 선수는 같은 상대를 거듭 만납니다. 2월에 나를 이긴 상대와는 가을에 또 마주 서게 되지요. 그 경기에서 배운 것은 어딘가에 적혀 있거나, 아니면 재대결 전까지 기억 속에서 조금씩 흐려지고 뒤틀려 갑니다.
OpponentBook은 2026년에 나온 앱입니다. 그 배움이 흩어지기 전에, 오직 본인만 볼 수 있는 자리에 남겨 두자는 것이 이 앱의 출발점입니다. 앱 전체가 습관 하나를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그 상대에 대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 두는 습관입니다.
상대마다 한 페이지가 생깁니다. 프로필과 스타일 태그, 전적, 자유 노트, 사진과 영상이 그 아래에 쌓입니다. 경기마다 구조화된 복기가 붙습니다. 무엇이 통했는지, 무엇이 안 통했는지, 다음에 만나면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대회 사이의 훈련은 별도의 훈련 일지에 적습니다.
사실 이 앱을 값지게 만드는 것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글쓰기 그 자체입니다. 경기 후의 막연한 느낌을 ‘첫 세 투셰에서는 길게 들어가지 말 것, 다 읽힌다’ 같은 자기 언어로 옮겨 적는 순간, 감각은 비로소 훈련에서 되풀이할 수 있는 전술 계획이 됩니다. OpponentBook의 구조는 결국 그 한 문장을 쓰게 하고, 같은 상대를 다시 만나기 전에 그 문장을 다시 눈앞에 놓아 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 앱만의 기능이라면 공간 표시를 꼽을 수 있습니다. 펜싱 피스트, 탁구대, 복싱 링 같은 경기장 도식 위에 핀을 찍어, 어디서 점수를 내줬는지, 상대가 어느 지점에서 위험한지를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BJJ 같은 그래플링 종목에서는 지도 대신 가드·마운트·백 같은 포지션 단위로 기록합니다.
경기를 어느 정도 쌓아 핀을 찍어 두면, Premium에서는 그 핀들이 히트맵 한 장으로 합쳐집니다. 내 동작이 통한 칸은 초록, 통하지 않은 칸은 빨강이고, 위험하다고 직접 표시해 둔 구역과 적어 둔 패턴도 함께 얹힙니다.
옆에는 동작별 성공률이 붙습니다. 리포스트나 카운터, 플레슈가 그 상대에게 실제로 얼마나 들어갔는지가 숫자로 나오지요. 무료 요금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경기별 표시까지이고, 이렇게 합쳐진 형태는 Premium부터입니다.
설계는 일부러 조용합니다. 연속 기록이나 배지, 포인트 같은 장치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 시장에서는 드문 선택인데, 그런 장치가 글쓰기 습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연속 기록에 관한 글에서 따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경기 뒤에 글로 돌아보는 습관 자체에는 참고할 만한 연구가 있습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University of Groningen)의 틴커 투어링(Tynke Toering) 연구팀이 2009년 《Journal of Sports Sciences》에 발표한 연구는 엘리트 유소년 축구 선수와 비엘리트 선수를 비교했는데, 엘리트 수준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자기 조절 능력 가운데 하나가 ‘성찰’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래된 연구이지만 지금도 자주 인용됩니다.
물론 이는 한 종목에서 관찰된 연관성일 뿐, 앱을 쓰면 성적이 오른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다만 OpponentBook이 중심에 둔 경기 후 복기가 근거 없는 의식은 아니라는 점 정도는 시사해 줍니다.
내 종목은 얼마나 깊이 반영되어 있을까?
지원 종목은 16개이고, 전부 개인 종목입니다. 펜싱,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파델, 스쿼시, 유도, BJJ, 레슬링, 검도, 복싱, MMA, 태권도, 가라테, 극진 가라테, 주짓수. 단체 종목은 일부러 빼 두었습니다.
어느 종목을 고르든 기본으로 주어지는 것은 같습니다. 표시를 찍을 경기장 도식, 상대 프로필을 채우는 항목, 그리고 그 종목에서 쓰는 태그 어휘,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정말로 갈리는 대목은 도식입니다. 타격 종목과 라켓 종목에서는 경기장을 그대로 옮긴 지도를 씁니다. 피스트, 코트, 탁구대, 링 위에 동작이 일어난 자리를 찍어 두는 방식이지요.
그래플링 종목은 지도 대신 포지션에서 출발합니다. 매트 위 어느 지점이었는지보다, 가드였는지 마운트였는지 백이었는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종목마다 깊이가 고르지 않습니다. 16개 종목이라는 말을 이 리뷰가 가장 조심스럽게 보는 이유입니다.
펜싱이 가장 깊다는 것은 한눈에 보입니다. 서든데스 우선권 통계가 모든 요금제에서 무료로 열려 있고, 동작별 분석에 쓰이는 말도 펜싱 용어이며, 회사가 공개하는 화면 이미지는 전부 펜싱 화면입니다.
나머지 15개 종목은 사정이 다릅니다. 종목별 도움말 페이지는 도식과 구조화된 항목, 태그 분류가 있다는 사실까지만 확인해 줄 뿐, 각 종목이 실제로 어떤 포지션과 항목, 어떤 통계를 받는지는 끝내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그중 네 페이지를 직접 맞대어 봤습니다. 종목 이름만 바꿔 넣었을 뿐, 나머지는 글자 하나까지 같은 페이지였습니다.
그래서 레슬링이나 파델을 하는 선수라면, 문서만 봐서는 자기 종목이 얼마나 촘촘하게 반영되어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직접 가입해 보는 수밖에 없지요.
물론 이것이 다른 종목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바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거기까지라는 뜻일 뿐이고, 16개 종목을 모두 시험해 본 척하기보다 그 사실을 그대로 적어 두는 편이 낫다고 봤습니다.
펜싱이 아닌 종목이라면 무료 요금제로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무료 요금제는 정확히 그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경기 사이의 훈련은 어떻게 기록할까?
경기는 1년에 며칠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훈련입니다. OpponentBook은 그 나머지를 위해 상대 페이지와 분리된 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 두었습니다. 훈련 일지입니다. 훈련 한 번마다 날짜와 종류, 시간, 체감 강도, 자유 노트, 태그를 적어 둡니다.
구성은 일부러 단출합니다. 미리 짜인 운동 목록도, 웨어러블 연동도 없고, GPS나 심박수 데이터도 다루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무엇을 했고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주 단위로 되짚을 수 있는 기록뿐입니다.
이 가운데 공들여 적을 만한 항목은 체감 강도입니다. 호주 디킨대(Deakin University)의 애나 소(Anna Saw), 루아나 메인(Luana Main), 폴 개스틴(Paul Gastin) 연구팀은 2016년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체계적 문헌 고찰 한 편을 발표했습니다. 주관적 지표와 객관적 지표를 견주어 본 연구 56편을 모은 이 고찰에서는, 선수가 스스로 매긴 지표 쪽이 함께 비교된 객관적 지표보다 급성·만성 훈련 부하를 더 민감하게 짚어 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고찰이 들여다본 것은 여러 항목으로 컨디션을 묻는 설문지였지, 강도 슬라이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이 앱이 무엇을 보장해 준다는 약속으로 읽을 일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체감 강도만큼은 솔직하게 적어 둘 이유 정도로 받아들이면 충분하고, 한 번 적는 데 10초면 됩니다.
훈련 계획은 Premium에 들어 있습니다. 앞으로 따를 계획을 미리 적어 두는 방식이지요. 기간에 이름을 붙여 두고 그 안에 주 단위 훈련 틀을 짠 뒤, 훈련마다 종류와 목표 시간, 메모를 적습니다. 목표 시간과 메모는 적지 않아도 됩니다. 요일을 고정해 두는 훈련과, 요일 없이 주당 횟수만 정해 두는 훈련을 섞을 수도 있습니다.
정작 쓸모 있는 쪽은 그 아래의 비교입니다. 앱은 주마다 기록된 훈련을 계획과 맞춰 보고, 한 것과 하지 않은 것, 그리고 계획에는 없었는데 한 것을 나란히 보여 줍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을 말해 주는 숫자는 마지막 항목일 때가 많습니다.
설계에서 두 가지는 짚어 둘 만합니다. 하나는 이 비교가 평가가 아니라 서술에 머무른다는 점입니다. 연속 기록도, 100점 만점 점수도, 계획대로 돌아오라고 재촉하는 알림도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AI가 계획을 쓰거나 제안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입력하는 것은 코치나 본인이 짠 내용이고, 앱이 하는 일은 그것을 현실과 맞대어 보는 것뿐입니다.
계획은 작은 파일로 내보내 누구에게든 건넬 수 있습니다. 받은 사람은 각자 독립된 사본으로 가져갑니다. 코치가 한 기간 치 계획을 한 번 짜서 여러 선수에게 돌리는 일이, 계정을 서로 연결하지 않고도 가능해지는 셈이지요.
표준 .ics 캘린더 파일로도 내보낼 수 있어서, 요일을 고정한 훈련은 평소 쓰는 캘린더에 그대로 들어갑니다. 요일을 정하지 않은 훈련은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 앱은 아무 날짜나 만들어 넣는 대신 그 사실을 그대로 알려 줍니다.
무료로 어디까지 쓸 수 있을까?
거의 전부입니다. OpponentBook은 흔한 부분 유료화(freemium) 공식을 뒤집었습니다. 용량은 무료로 열어 두고, 유료 요금제는 분석을 파는 구조입니다.
| ✅ 무료 요금제에 포함 | ⚠️ 유의할 점 |
|---|---|
| 상대·경기·이벤트 기록 무제한 | 지원 종목은 16개뿐, 단체 종목 선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
| 사진·영상 무제한, 본인 클라우드 계정에 저장 | 저장 용량은 본인의 Google Drive·Dropbox·iCloud 요금제를 그대로 따릅니다 |
| 기기 간 동기화와 완전한 오프라인 모드 | 두 기기에서 동시에 오프라인으로 고친 노트는 한쪽 버전만 남습니다(병합되지 않음) |
| 상대·훈련 단위의 PDF/Word 내보내기 | 무료 내보내기에는 ‘Generated by OpponentBook’ 문구가 작게 붙고, Premium에서 없앨 수 있습니다 |
| 훈련 일지, 전체 검색, 태그, 다종목 명단 | 아직은 브라우저 전용, 네이티브 iOS·Android 앱은 개발 중입니다 |
| 대회 기록, 캘린더 파일에서 대회 가져오기 | 훈련 계획과 계획·일지 비교 화면은 Premium부터입니다 |
| 원클릭 JSON 백업·복원 | — |
무료 기능 가운데 하나는 따로 살펴볼 만합니다. 상대를 만나기 전에 그 상대의 노트를 열어 봤는지를 앱이 기록해 두었다가, 준비하고 나간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의 승률을 나누어 보여 주는 기능입니다.
데이터가 적을 때는 억지로 추세를 만들어 내는 대신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는 카드를 띄웁니다. 도움말 페이지에 따르면 이 추적은 끌 수 있고, 기록을 지울 수도 있으며, 관련 데이터 역시 본인 저장소에 남습니다.
다만 이 숫자는 증거가 아니라 참고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경기일수록 준비도 더 열심히 하기 마련이니, 승률 차이가 준비 덕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Premium·Pro·Max는 무엇을 더할까?
유료 요금제가 가두는 것은 용량이 아니라 분석입니다. 요금 안내 페이지도 사용자가 쓴 내용이 구독 뒤에 잠기는 일은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 요금제 | 월 | 연 | 추가되는 것 |
|---|---|---|---|
| Free | $0 | $0 | 일지 전체: 기록·미디어 무제한, 동기화, 내보내기 |
| Premium | $9.99 | $99 | 통계 대시보드, 합산 히트맵, 훈련 계획, AI 상대 요약, 음성 받아쓰기, 문구 없는 내보내기 |
| Pro | $19.99 | $199 | 일지 전체를 읽는 AI: 스타일 유형 분석, 약점 분석, 시즌에 걸친 변화 분석, 대회 전 브리핑, 경기 심층 리뷰 |
| Max | $39.99 | $399 | Pro와 같은 기능에 월 AI 사용량 약 2배 |
Premium에서 늘어나는 AI는 조심스럽고 범위도 좁습니다. 상대 한 명에 대한 내 노트를 한 번에 요약해 주는 기능, 태그와 프로필 항목 추천, 그리고 어느 입력란에서든 쓸 수 있는 음성 받아쓰기. 돌아오는 길에 복기를 말로 불러 넣어 둘 수 있는 정도입니다.
통계는 선수에게 무엇을 알려 줄까?
Premium의 대시보드는 화려할 것 없는 기본 통계입니다. 쓸모는 쪼개어 볼 때 나옵니다. 왼손잡이, 카운터를 노리는 유형, 초반이 느린 유형처럼 상대에게 붙여 둔 스타일 태그별로 전적이 갈라져 나오는 순간, ‘저런 유형은 유독 어렵다’는 막연한 감각은 몇 경기에서 나온 이야기인지까지 함께 보이는 숫자가 됩니다.
같은 화면에는 경기장 유형과 시간대별 성적, 시즌 전체의 승패 추이, 그리고 합산 히트맵이 함께 놓입니다. 한 상대와 치른 모든 경기, 혹은 같은 태그가 붙은 상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나는 어디서 점수를 내고 어디서 내주고 있을까? 경기 하나만 놓고는 알 수 없는 이 질문에 답해 주는 것이 합산 화면입니다.
펜싱 선수에게는 요금제와 무관하게 무료로 열려 있는 통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동점으로 끝나 우선권(프리오리테)을 가리고 1분 서든데스까지 간 경기를, 그 우선권을 쥔 쪽이 나였는지 상대였는지로 나눠 보여 줍니다. 접전을 내 손으로 마무리하고 있는지, 아니면 우선권이 굴러 들어왔을 때만 이기고 있는지가 꽤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화면의 숫자는 모두 본인 기기에 기록한 본인의 경기에서 계산됩니다. 다른 선수와의 비교는 없습니다. 이 앱에는 비교할 다른 선수의 데이터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Pro의 AI 분석은 어디까지 파고들까?
Pro는 지금 뛰고 있는 종목의 상대 일지를 통째로 읽습니다. 경기를 하나씩 요약하는 대신, 그 전체를 가로지르는 패턴을 찾는 쪽입니다.
스타일 유형 분석은 그동안 만난 상대를 눈에 익은 몇 가지 유형으로 묶고, 묶음마다 실제 전적과 함께 전술을 어떻게 손볼지 한 가지를 붙입니다. ‘어떤 유형에게 계속 지고 있으며, 그러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곧바로 답하는 분석이지요.
변화 분석이 보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시간입니다. 지난 한 시즌 동안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짚어 주지요. 짚는 대목마다 단정 대신, 본인 일지에서 끌어온 날짜가 붙은 근거가 따라붙습니다.


약점 분석은 상대를 한 명씩 놓고 봅니다. 되풀이해 통하는 것과 되풀이해 실패하는 것을 함께 살피도록 되어 있어서, 진 경기만이 아니라 이긴 경기도 같은 강도로 들여다보게 됩니다.
경기 심층 리뷰는 한 경기를 수백 단어 분량의 정리된 분석으로 펼치고, 훈련 노트 주제 분석은 최근 훈련 기록을 되읽으며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채 반복해 적어 온 말을 끌어올립니다.
선수들이 가장 자주 쓸 기능은 아마 대회 전 브리핑일 것입니다. 피스트에 오르기 직전 몇 분 동안 읽을 수 있는 길이로, 만날 법한 상대마다 한 줄, 여러 상대를 관통하는 주제, 그리고 자신에게 남기는 당부 하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떤 기능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둘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모든 결과가 본인이 쓴 노트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점, 그리고 데이터가 부족하면 그럴듯한 분석을 지어내는 대신 거절한다고 설명 문서가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계 쪽도 비슷하게 조심스럽습니다. 준비 여부로 나눈 승률은 양쪽 모두 10경기에 이를 때까지 표시되지 않고, 다른 숫자에도 몇 경기에서 계산한 값인지가 함께 붙습니다.
AI가 분석의 선을 넘는 일도 없습니다. 훈련 계획을 대신 써 주지도, 일반론에 가까운 코칭을 늘어놓지도 않는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기능마다 월 사용량 한도가 눈에 보이게 표시되고, 저장한 분석은 본인 저장소에 기록되어 구독을 해지한 뒤에도 그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결제 전에 따져 볼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무료 체험이 없고 환불도 없습니다. 회사 입장은 무료 요금제가 곧 체험판이라는 것인데, 정작 돈을 낼 이유인 AI 분석은 무료 요금제에서 미리 볼 수 없습니다. Pro 첫 달은 믿고 결제하는 셈입니다.
프라이버시,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상대 노트는 성격상 솔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만날 실존 인물에 대한, 거르지 않은 평가이니까요. OpponentBook은 이 문제를 구조로 풉니다. 내용은 이미 본인이 소유한 저장소에 기록되고, 회사 서버에는 로그인 정보와 구독 상태, 그리고 내용이 담기지 않은 ID·날짜 골격만 남습니다.
이 앱의 프라이버시는 약속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애초에 저장하지 않는 노트를 회사가 읽을 방법은 없습니다.
이 구분은 생각보다 중요하고, 자체 프라이버시 설명 페이지도 한계를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표준 모드에서 파일은 여느 파일처럼 클라우드에 놓입니다. 원칙적으로는 Google이나 Dropbox, Apple이 읽을 수 있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선택형 종단간 암호화를 켜면 글로 쓴 노트가 업로드 전에 기기에서 AES-256-GCM으로 잠기고, 저장소 사업자 손에는 암호문만 남습니다. 다만 사진과 영상은 이 암호화의 대상이 아닙니다. 어느 모드에서든 일반 파일 그대로 저장됩니다.
이런 방식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득과 실은 일기 앱 프라이버시 가이드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암호화가 기본값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점도 그중 하나입니다. 처음부터 기본값으로 암호화하는 일기 앱과 대비되는 대목이지요. 그리고 암호화 비밀번호와 일회성 복구 코드를 둘 다 잃으면, 그 노트는 누구도 되살릴 수 없습니다.
AI 기능에는 별도의 경계선이 있습니다. AI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아무것도 어디로도 전송되지 않습니다. 누르는 순간에는 해당 노트가 외부 AI 서비스로 보내져 처리됩니다. 내 저장소에만 둔다는 원칙 바깥으로 한 걸음 나가는 셈이지요.
AI를 아예 꺼 두는 설정도 있습니다. AI를 쓰지 않는 한 노트 내용은 본인 기기와 저장소를 떠나지 않습니다. 상대 노트를 경기력에 직결되는 민감한 정보로 여기는 선수라면 그쪽이 마음 편할 것입니다.
계속 읽기 전에
저장소를 직접 소유하는 방식이 스포츠 밖에서도 궁금하다면, 이 두 글이 깊이 다룹니다.
아쉬운 점
철저하게 좁은 앱입니다. 개인 종목 16개가 전부이고, 단체 종목을 다룰 계획도 없으며, 범용 일기장이 될 생각도 없습니다. 일상 기록과 경기 노트를 한 앱에서 해결하고 싶다면 앱이 두 개 필요해집니다.
아직 어린 제품입니다. 2026년에 웹 앱으로 출시됐고, 네이티브 iOS·Android 앱은 여전히 개발 중입니다. 판단의 근거로 삼을 만한 오랜 이력이 없으니, 앞으로 얼마나 꾸준히 관리될지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유료 요금제에 체험판이 없습니다. Pro의 AI 분석을 써 보려면 한 달 치를 먼저 결제해야 하고, 환불은 명시적으로 제공되지 않습니다.
소스가 닫혀 있습니다. OpponentBook의 코드는 비공개라, 암호화 구현을 독립적으로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구조상 회사가 볼 수 있는 것이 제한되어 있다 해도 결국 구현을 믿는 수밖에 없고, 공개된 제3자 감사도 아직 없습니다.
공유는 파일 단위입니다. 코치와 함께 쓰는 계정도, 팀 단위로 묶어 보는 화면도 없습니다. 대신 PDF나 Word 문서, 계획 파일, 캘린더 파일을 보냅니다. 쓸 만하고 설계상 프라이버시에도 유리하지만, 내용이 바뀔 때마다 파일을 새로 보내야 합니다.
AI를 쓰면 노트가 저장소 밖으로 나갑니다. 선택형 AI 기능은 해당 노트를 외부 서비스로 보내 처리합니다. 이 선을 넘기 싫다면 기능을 꺼 둔 채 써야 하고, 그러면 유료 요금제의 가치도 상당 부분 함께 사라집니다.
어떤 선수에게 맞을까?
이런 분께 맞습니다: 펜싱·그래플링·복싱·라켓 종목처럼, 지원되는 16개 종목에서 시즌이 바뀌어도 같은 이름들과 계속 마주치는 선수. 이미 휴대폰 메모장이나 수첩에 상대 노트를 흩어 놓고 있고, 그것을 정리하고 동기화하고 내보내고 사적으로 지키고 싶은 경우입니다.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이런 분은 넘어가세요: 단체 종목을 하거나, 경기보다 일상을 적을 일기장을 찾거나, 제3자 감사를 거쳤거나 오픈소스로 공개된 암호화가 필요하거나, 당장 네이티브 모바일 앱을 원하거나, 웨어러블 데이터 기반의 훈련 부하 분석을 기대하는 경우입니다. OpponentBook은 그 어느 것도 만들지 않기로 일부러 정해 둔 앱입니다.
총평
결론
OpponentBook이 하는 일은 하나입니다. 만나는 모든 상대에 대한 사적이고 구조화된 기록을 만드는 일이지요. 지금까지 이 블로그가 다룬 어떤 범용 일기 앱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고, 그 핵심을 본인 소유의 저장소 위에서 무료로 내놓았습니다. 지원 종목에서 경기하는 선수에게는 충분히 권할 만합니다. 다만 짧은 이력, 닫힌 소스, 아직 없는 네이티브 앱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일기 앱 시장은 범용 일기장으로 붐비지만, 지난 2월에 어떤 왼손잡이에게 어떻게 졌는지를 기억하고 싶은 선수를 위한 도구는 놀랄 만큼 드뭅니다. OpponentBook은 그 빈자리를 절제된 방식으로 채웁니다. 게임화 장치가 없고, 노트 내용이 회사 손에 들어가지 않는 저장 구조를 쓰고, 표본이 작으면 작다고 인정하는 통계를 내놓습니다.
월 $19.99짜리 AI 분석이 값어치를 할지는 경기 횟수와 쓰는 양에 달려 있습니다. 무료 요금제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니, 그 판단은 한 시즌 치 노트가 쌓인 뒤로 미뤄도 늦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OpponentBook은 무료로 쓸 수 있나요?
네. 무료 요금제만으로 일지 전체를 쓸 수 있습니다. 상대·경기·훈련 기록과 사진·영상이 모두 무제한이고, 기기 간 동기화와 PDF/Word 내보내기까지 기간 제한 없이 제공됩니다. 유료 요금제는 용량이 아니라 통계와 훈련 계획, AI 분석을 더합니다.
OpponentBook 가격은 얼마인가요?
Premium 월 $9.99, Pro 월 $19.99, Max 월 $39.99입니다. 연간 결제는 각각 $99, $199, $399로 약 17% 저렴합니다. 무료 체험과 환불이 없으므로, 결제 전에 무료 요금제부터 충분히 써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회사가 제 노트를 읽을 수 있나요?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읽을 수 없습니다. 노트는 본인의 Google Drive, Dropbox, iCloud에 저장되고, 회사 서버에는 로그인 정보와 구독 상태, 내용이 담기지 않은 ID·날짜 골격만 남습니다. 선택형 AI 기능을 쓰면 해당 노트가 외부 AI 서비스로 보내져 처리됩니다.
어떤 종목을 지원하나요?
개인 종목 16개입니다. 다만 종목마다 반영된 깊이는 다릅니다. 펜싱,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파델, 스쿼시, 유도, BJJ, 레슬링, 검도, 복싱, MMA, 태권도, 가라테, 극진 가라테, 주짓수를 지원하며, 단체 종목은 의도적으로 제외되어 있습니다.
OpponentBook은 OwnJournal과 같은 앱인가요?
아니요, 서로 다른 앱입니다. 저장소를 사용자가 소유한다는 발상이 같을 뿐입니다. OwnJournal은 오픈소스 범용 일기 앱이고, OpponentBook은 상대·경기·훈련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소스 비공개 앱입니다.
iPhone이나 Android에서도 쓸 수 있나요?
브라우저에서는 됩니다. OpponentBook은 데스크톱과 스마트폰의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웹 앱으로,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하고 본인의 클라우드 저장소로 동기화됩니다. 네이티브 iOS·Android 앱은 개발 중이며 2026년 8월 기준 앱 스토어에는 아직 없습니다. 유료 요금제는 웹사이트에서 판매됩니다.
앱보다 습관이 먼저입니다
상대 기록이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데 OpponentBook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솔직한 기록 한 편입니다. 글로 하루를 돌아보는 일 자체가 처음이라면 일기 쓰기 입문 가이드부터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오늘 밤, 쓰던 메모 앱을 열어 가장 최근에 진 상대의 이름을 적어 보세요. 무엇이 통했는지, 무엇이 안 통했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시도할지.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다음 서너 경기 뒤에도 손이 그 메모로 간다면, 습관은 이미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그때는 OpponentBook의 무료 요금제가 자연스러운 보관처가 되어 줄 것입니다.